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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사례

루이비통 이긴 수선집, 기준은 딱 하나였다 N

  • 날짜 2026.08.31
  • 조회수 1


안녕하세요. 특허법률사무소 엘프스입니다.

낡은 명품 가방을 수선집에 맡겨 지갑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건 누구의 권리일까요?
내가 돈 주고 산 물건이니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걸까요? 아니면 가방에 붙은 로고 때문에 브랜드의 허락이 필요한 걸까요?

이 질문을 두고 4년 넘게 다툰 소송이 있었습니다.
상대는 루이비통이었고, 반대편에는 서울 강남에서 오래 가방을 고쳐 온 수선업자 A씨가 있었습니다.
1심도 2심도 루이비통의 손을 들어주며 A씨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이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4다311181 판결.
명품 리폼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내놓은 판단이자 리폼·업사이클링 사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할 기준선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법원이 무엇을 근거로 결론을 바꿨는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여전히 침해가 되는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루이비통은 이 사건에서 두 개의 등록상표를 근거로 삼았습니다.
하나는 1983년 8월 출원해 1985년 1월 설정등록된 제25류(지갑, 핸드백 등) 상표이고, 다른 하나는 1994년 7월 출원해 1995년 12월 설정등록된 제18류(숄더백, 핸드백, 비귀금속제 지갑 등) 상표입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표장은 1896년경 창안된 이래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고, 루이비통의 2020년 매출액은 약 1조 467억 원에 이릅니다.

A씨는 가방·지갑의 수선 및 제작업을 하는 사업자였습니다.
2017년경부터 2021년경까지 가방 소유자들의 요청을 받아 일정한 대가를 받고, 소유자가 맡긴 가방을 해체해 원단과 금속 부품을 원자재로 재단한 뒤 개수·크기·용적·모양·형태·기능이 다른 가방과 지갑을 만들어 소유자에게 돌려줬습니다.
작업 과정도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소유자는 A씨의 매장에 전시된 리폼 제품 샘플이나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중에서 원하는 형태를 고르거나, 스스로 원하는 바를 제시해 디자인을 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로부터 원래 가방 크기 안에서 어떤 디자인이 가능한지 설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루이비통은 주위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며 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예비적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식별력·명성 손상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2. 1·2심은 왜 침해라고 봤을까요?
원심인 특허법원(2024. 10. 28. 선고 2023나11283 판결)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 첫째, 리폼 제품은 그 자체로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므로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
  - 둘째, A씨는 원래 가방을 완전히 해체하고 부품을 절단한 뒤 박음질과 부착 공정을 거쳐, 원래 제품과 비교하면 개수·크기·용적·모양·형태·기능이 심하게 다른 새로운 제품을 생산했다.
  - 셋째, 리폼 행위가 새로운 상품의 생산으로 평가되는 이상 그 제품에 표시된 상표는 그것을 생산하거나 판매한 자를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즉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은 것입니다.
원심은 A씨가 수선·가공을 업으로 하면서 독립적으로 리폼 서비스를 제공한 이상, 이는 상표를 자기 업무와 관련해 사용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나아가 A씨가 소유자의 침해행위를 방조한 것이 아니라 직접 '상표의 사용'이라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리폼업의 상당 부분이 침해 영역에 들어갑니다.
원형을 그대로 두는 단순 수선은 몰라도, 가방을 지갑으로 바꾸는 것처럼 형태가 달라지는 작업은 대부분 "새로운 제품의 생산"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심 판결 직후 리폼 업계가 술렁였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3. 대법원이 바꾼 질문 : 새 제품인가가 아니라, 시장에 나갔는가
대법원은 이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상표법 제1조가 상표 사용자의 업무상 신용 유지와 수요자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상표를 자기 상품과 타인 상품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으로 정의한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상표가 표시된 상품은 상거래에 제공되는 물품이어야 하고(대법원 98후58, 2010후1459, 2012호1415 판결 등), 그 상품이 거래시장에서 유통되어야 수요자가 상표로 출처를 식별하게 됩니다.

따라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은 상거래 제공과 시장 유통이라는 상황과 밀접하게 결부된 개념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이 해석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고도 짚었습니다.
유럽연합 상표규정 제8조 제4항·제9조 제2항의 '상거래 과정에서의 사용(use in the course of trade)' 요건, 미국 연방상표법 제1114조·제1127조의 '상업적 사용(use in commerce)' 요건에서 보듯 국제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어떤 물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가 그 물품을 거래시장에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개인적 용도로만 쓰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면, 이는 상표의 사용이 아니고 따라서 상표권 침해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개인적 영역에 국한된 사용은 거래 시장의 공정한 경쟁질서와 밀접한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4. 상표권 소진과 소유권 행사의 자유
여기서 상표권 소진 원칙이 등장합니다.
상표권자가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붙은 상품을 적법하게 양도하면 그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목적을 달성해 소진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등).
소유자는 상표권의 제약 없이 그 물건을 자유롭게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고, 여기에는 원칙적으로 리폼도 포함됩니다.
다만 같은 2002도3445 판결에 따르면, 리폼 정도가 원래 제품과의 동일성을 해칠 만큼 커서 실질적으로 새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소진 원칙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원심이 붙잡았던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여기에 한 단계를 더 얹었습니다.
소진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라하더라도, 리폼 제품이 거래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된다면 그 과정의 상표 표시는 여전히 '상표의 사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진 여부와 상표 사용 여부는 별개의 층위라는 2단 구조입니다.
 


5. 왜 수선집까지 보호받았을까요
소유자 본인이 리폼하는 건 그렇다 쳐도, 왜 업으로 하는 수선업자까지 보호되는 걸까요? 대법원의 설명은 현실적입니다.
리폼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동, 전문성과 기술력이 필요해서 소유자가 스스로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소유자가 직접 하는 리폼만 허용하고 제3자를 통한 리폼은 금지한다면, 소유자에게 허용된 자유는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한 채 형식적 선언에 그칩니다.
제3자의 조력을 받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소유권에 기초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것이죠.

거래의 성격도 짚었습니다.
이런 리폼 과정에서는 원래 제품과 리폼 제품의 소유권이 시종일관 소유자에게 있고, 리폼업자가 받는 돈도 제품 판매 대가가 아니라 리폼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소유자와 리폼업자 사이의 거래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거래라기보다, 결국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영역으로 흡수되는 거래로 평가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리폼이 가진 가치들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소유자가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을 표현하려는 목적, 폐기 대신 재활용(recycling)이나 새활용(upcycling)으로 제품 수명을 연장하려는 목적이 많다는 점, 그리고 이것이 소유권 행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소비자 후생 증대, 자원 순환을 통한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6. 여기서부터는 침해입니다
그렇다고 리폼업이 전면 허용된 건 아닙니다.
대법원은 예외를 분명히 남겼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쪽이 훨씬 중요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소유자 요청에 따른 서비스처럼 보여도, 실질적으로 리폼업자가 일련의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생산·판매해 자기 제품으로 시장에 유통시켰다고 평가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 특별한 사정은 다음 요소들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 소유자의 리폼 요청 경위와 내용
  - 리폼 제품의 목적·형태·개수 등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의 주체
  - 리폼업자가 받은 대가의 성격
  - 리폼 제품에 들어간 재료의 출처
  - 그 재료가 리폼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
  - 리폼 제품의 소유관계


​다만 이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상표권자에게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브랜드 측이 "침해다"라고 주장하려면 위 사정들을 입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의 위험이 있습니다.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이 아니라 되팔 목적으로 리폼을 요청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리폼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상표권 침해에 대한 공동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7. 리폼·업사이클링 사업자가 지금 점검할 것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실무 언어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 최종 의사결정 주체를 소유자로 남기세요 : 매장 샘플 전시나 홈페이지 사진 게시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가 만드는 제품 라인업"처럼 보이면 지배·주도의 경향이됩니다. 소유자가 선택하고 결정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 대가의 성격을 문서에 명확히 하세요 : 견적서와 계약서에 제품 판매 대금이 아니라 수선·가공·서비스 용역 대가임을 명시하고 작업 공수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이 유리합니다.
  - 재료 출처와 비중을 관리하세요 : 자체 원단·부자재 투입 비중이 커질수록 "소유자 물건을 고쳐준 것"이 아니라 "우리 제품을 만든 것"에 가까워집니다.
  - 판매 목적 의뢰는 걸러내세요 : 접수 단계에서 개인 사용 목적임을 확인받고, 리폼 제품의 재판매를 안내상 금지해 두는 것이 공동책임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특히 같은 고객이 동일한 형태의 리폼을 여러 건 반복 의뢰하거나, 한 번에 다수 제품을 맡기는 경우는 재판매 정황으로 읽힐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 홍보 문구를 점검하세요 : "ㅇㅇ브랜드 리폼 전문", "ㅇㅇ 지갑 제작 가능" 같은 표현은 서비스 안내를 넘어 제품 판매 광고로 읽힐 소지가 있습니다. 브랜드명은 고객이 맡긴 제품을 지칭하는 범위에서만 쓰고, 완성품 사진에는 고객 의뢰 작업물이라는 점을 함께 표기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반대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이제는 로고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리폼업자가 실질적으로 제품을 생산·유통했다는 정황을 확보하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옮겨야 합니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이 그은 선은 하나입니다.
개인적 사용이냐, 시장 유통이냐, 새 제품이 만들어졌는지, 원형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그 다음 문제가 됐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원심이 위 특별한 사정을 살펴보지 않은 채 침해를 인정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여서, 파기환송심에서 A씨가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했다고 볼 사정이 심리될 수 있습니다.
최종 결론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그럼에도 4년을 버틴 동네 수선집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상대로 대법원의 판단을 바꿔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분야 분쟁의 지형을 바꿔 놓았습니다.
분쟁은  시작된 뒤보다 시작되기 전에 대응하는 편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듭니다.

저희 특허법률사무소 엘프스는 침해 경고장 대응부터 심판·소송까지 분쟁 단계별로 대응해 왔으며, 법무법인 엘프스와 함께 IP이슈와 계약·법률 이슈를 한 번에 검토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리폼·업사이클링처럼 타사 브랜드가 얽히는 사업 모델은 시작 단계에서 계약서와 안내문만 정리해 두어도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상황 정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 편하게 당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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