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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사례

유사도 99.9%, 디자인 모방으로 대표가 구속된 이유

  • 날짜 2026.08.05
  • 조회수 4


안녕하세요. 특허법률사무소 엘프스입니다.

​신제품 기획 회의에서 경쟁사 제품 사진을 띄워놓고 시작하는 일, 많은 브랜드에서 자연스러운 절차입니다.
'레퍼런스'라는 말로 정리되던 관행이죠. 이 정도는 어디에서나 한다는 감각이 업계에 오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 그 감각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사법 절차로 확인되었습니다.
디자인 등록조차 되어 있지않은 제품의 형태를 베꼈다는 이유로 브랜드 대표가 구속되고, 78억 원 규모의 추징보전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방향의 리스크를 함께 다루고자 합니다.
내 디자인을 미리 지키지 못한 쪽, 그리고 남의 디자인을 '참고했을 뿐'이라고 생각한 쪽.

지금 국내 제도는 양쪽 모두를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1. 아이웨어 두 브랜드에 무슨 일이 있었나
먼저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언론 보도와 지식재산처 발표로 확인된 내용을 기준으로 합니다.

2025년 12월,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아이웨어 브랜드 블루 엘리펀트를 상대로 민사·형사 대응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식재산처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에 형사 고소를 하면서 아이웨어 제품 33개와 파우치 1개를 피해품으로 특정했습니다.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제시한 핵심 증거는 외부 전문기관의 3D 스캐닝 분석이었습니다.
2021년 8월 출시한 모델과 2023년 3월 출시된 상대 제품의 형상 유사도가 99.9%에 달했고, 95% 이상 유사한 제품이 30건 넘게 확인됐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제품뿐 아니라 부자재와 매장 공간 연출까지 유사하다는 문제 제기도 함께 나왔습니다.

수사는 두 단계를 밟았습니다.
2025년 11월 청구된 첫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2026년 2월 재청구된 영장을 발부됐습니다.
이어 3월,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와 지식재산처 특별사법경찰은 전 대표 A씨 등 3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모방 제품 매출은 123억 원대로 파악됐고,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총 78억 원 규모의 추징보전이 이루어졌습니다.

5월에는 별개의 심판 결과도 나왔습니다.
블루 엘리펀트가 자사 명의로 등록해두었던 안경 디자인 파우치 디자인에 대해, 특허심판원이 "선행하는 젠틀몬스터 디자인으로부터 쉽게 창작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며 등록 무효 심결을 내렸습니다.
색상과 곡면 형상에 차이가 있더라도 일반 수요자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비슷한 갈등은 아이웨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전에서는 정수기 디자인 유사성을 두고 기업 간 강경 대응이 오갔고, 식품·생활용품처럼 제품 주기가 짧은 업종에서는 유사 디자인 논란이 반복적으로 불거집니다.
현행 제도로는 반복되는 모방에 실질적 제동을 걸기 어렵다는 지적이 유통업계 전반에서 나오던 상황이었고, 이번 사건은 그 지적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블루 엘리펀트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안경은 인체공학적 구조상 형태가 유사해질 수 밖에 없고, 레퍼런스 활용은 업계의 일반적인 현상이며 선발업체가 후발 주자의 성장을 막는 수단으로 소송을 쓰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입니다.
다만 이 사건이 던진 제도적 신호는 판결과 별개로 이미 뚜렷합니다.


2. 디자인권이 없어도 보호될 수 있어요, 단 문턱이 두 개입니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법은 디자인보호법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입니다.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전시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한 조항입니다.
여기서 '형태'는 형상·모양·색채·광택과 그 결합을 뜻하고, 시제품이나 상품소개서상의 형태까지 포함합니다.

핵심은 '등록이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디자인 등록을 받지 않은 제품이라도 형태 자체로 보호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의 취지가 선행 개발자의 자금과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행위를 막는 데 있기 때문에, 디자인보호법의 등록료건 수준의 창작성까지는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해석입니다.
등록이 없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이고, 동시에 등록을 놓친 기업에게 남은 구제 수단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안전망에는 문턱이 두 개 있습니다.

  - 3년이라는 시간 제한 : 조항 단서는 '시제품 제작 등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난' 형태의 모방은 부정경쟁행위에서 제외합니다. 기산점이 판매일이 아니라 형태가 갖추어진 날이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스테디셀러가 된 대표 상품일수록 이 3년은 이미 지나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동종 상품이 통상적으로 가지는 형태는 제외 : 대법원은 이를 해당 상품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형태, 기능·효용을 달성하거나 경쟁하기 위해 채용이 불가피한 형태, 흔히 가지는 개성 없는 형태로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5다216758 판결) 블루 엘리펀트가 내놓은 "안경은 구조상 비슷해진다"는 반론이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 사건의 실질적 쟁점 역시 개별 제품 형태가 통상적 형태의 범위 안에 있는지에 모입니다. 

​두 문턱을 넘었다면 쓸 수 있는 카드는 여러 개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따라 모방품의 판매 금지와 재고 폐기를 요구할 수 있고, 제5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본소에 앞서 가처분으로 판매를 신속히 멈추는 방법도 실무에서 자주 쓰입니다.
다만 어느 경로든 "그 형태가 우리 것이 먼저였다"는 입증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입증 자료는 분쟁이 터진 뒤에는 만들 수 없습니다.
반면 '디자인권은 출원일 후 20년'까지 존속하고, 등록된 도면으로 권리 범위가 특정되니 침해 판단과 입증 부담이 훨씬 가볍습니다. 정리하면 부정경쟁방지법은 3년짜리 임시 안전망, 디자인권은 장기 방어선입니다.
둘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입니다.

 


3. 제도는 이미 강해졌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면 이번 사건이 예외적 사고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 침해죄 비친고죄 전환' : 과거 디자인권·실용시안권 침해죄는 친고죄여서 피해자가 고소기간 안에 고소하지 않으면 형사 구제받을 수 없었습니다. 법 지식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반복됐고, 법 개정으로 고소기간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  - 2025년 11월 28일 시행 디자인보호법 개정 : 세 가지가 바뀌었습니다. ① 무권리자가 디자인을 도용해 등록받은 경우, 정당한 권리자가 무효심판 후 재출원하는 대신 법원에 디자인권 이전을 직접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② 디자인일부심사등록출원이 명백히 신규성·선출원을 위반하면 심사관이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③ 침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기간이 실질적으로 늘었습니다. 알려진 디자인을 무단 등록해 두고 온라인 플랫폼에 권리를 내세워 경쟁사 판매를 막는 악용 사례에 대응하기 위한 개정입니다.

  - 집행 체계 강화 : 특허청이 지식재산처로 승격되면서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의 직접 수사, 검찰 특허범죄조사부와의 공조, 구속과 추징보전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실제로 작동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디자인권이 없는 상품 형태 모방에 형사처벌과 구속이 결합된 첫 사례로 보도됐습니다. 참고로 자목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4항 제1호)


4. 실무 체크포인트 - 두 방향을 동시에 봐야 합니다
내 디자인을 지키는 쪽은 하기 포인트를 체크해야 합니다.

​  - 출시 전 등록이 원칙입니다. : 의류·패션잡화 등 유행 주기가 짧은 물품은 디자인일부심사등록으로 빠르게 권리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신규성 심사가 생략되므로 권리의 안정성이 낮고, 무효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 부분디자인과 관련디자인을 활용하세요 : 제품의 특징적 부위만 떼어 권리화하고, 색상·비율만 바꾼 변형 라인까지 포섭해야 회피 설계를 막을 수 있습니다. 

​  - 공개·판매 시점의 증거를 보존하세요 : 도면, 3D 데이터, 시제품 사진, 출시일과 판매 이력, 앞서 본 3년 요건과 선후관계 입증이 전부 이 기록에서 출발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3D 스캐닝 분석이 결정적 자료로 쓰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 선공개 관리도 필요합니다 : 전시회나 SNS로 디자인을 먼저 공개했다면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이 가능한지, 그 기한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 해외 진출 계획이 있다면 함께 설계하세요​ : 디자인권은 나라별로 따로 발생합니다. 국내 출원만 해둔 상태로 해외에서 모방을 당하면 대응 근거가 마땅치 않습니다. 헤이그협정에 따른 국제출원 제도를 활용하면 여러 국가를 한 번의 절차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해외 진출 일정이 흔들린 이번 사례처럼, IP 리스크는 사업 계획 전체를 지연시킵니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쪽은 하기 포인트를 체크해야 합니다. 이쪽이 훨씬 자주 누락됩니다.

  - 등록 디자인 검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 특허정보검색으로 등록 디자인을 조회해 통과했다고 해도, 미등록 경쟁 제품의 형태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여전히 보호받습니다. 조사 범위에 최근 3년 내 출시된 경쟁사 실제 제품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  - 내부 기획 문서를 점검하세요 : 레퍼런스 이미지가 그대로 붙어 있는 기획서와 지시 메일은 모방의 고의를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  - 잘못 확보한 권리도 리스크입니다 : 남의 디자인으로 등록을 받아 둔 경우, 무효심판 대상이 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이전 청구의 대상이 됩니다.

  - 침해를 인지했다면 순서를 지키세요 : 사실관계 확인 → 유사 여부 검토 → 경고장·이의신청·심판·가처분·형사 대응 중 선택. 순서를 건너뛴 경고장은 오히려 역공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교훈은 "베끼지 말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디자인의 유사성 판단이 취향과 관행의 영역에서 권리와 형사책임의 영역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작업이 두 개입니다.
내 디자인을 등록해 두는 확보, 그리고 남의 형태를 밟지 않았는지 살피는 조사.
둘 중 하나만 하면 반대 방향에서 뚫립니다.

등록만 해둔 기업은 미등록 형태 침해로 고소당할 수 있고, 조사만 하는 기업은 자기 제품을 지킬 근거를 갖지 못합니다.
물론 개별 사안의 결론은 제품 형태의 특성, 출시 시점, 업계의 통상적 형태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판단을 미루는 것 자체가 비용이 되는 국면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디자인 모방과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언제든 편하게 당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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