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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사례

그립톡 보통 명칭화, 이제 아무나 쓸 수 있다?

  • 날짜 2026.07.30
  • 조회수 4

안녕하세요. 특허법률사무소 엘프스입니다.

​휴대폰 뒷면에 동그랗게 붙어서 손잡이 겸 거치대로 쓰는 액세서리, 다들 그냥 "그립톡"이라고 부르시죠.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편하게 쥐게 해주고, 책상 위에 세워두고 영상을 볼 때도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이라 이제는 문구점이나 액세서리샵 어디를 가도 "그립톡" 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립톡"이 사실 특정 회사가 등록해둔 상표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몇년 전, 저희 사무소에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판매하시는 대표님이 문의를 주셨습니다.
"그립톡"이라는 상품명을 써서 물건을 팔았는데 상표권자로부터 경고장을 받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냥 경고장도 아니고,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까지 청구하는 합의서가 함께 왔고 액수도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은 "그립톡이 무슨 특정 회사 상표인줄도 몰랐다"며 당황스러워하셨어요.
사실 그럴 만도 합니다.
저도 이 상담을 받기 전까지는 그게 등록상표라는 사실을 딱히 의식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1. "이거 침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상표 침해 여부 검토를 하면서 주목한 점은 "그립톡"이 정말 특정 회사의 상표로 인식되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그 물건 자체를 가리키는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어요.
상표 침해가 성립하려면 문제된 표시가 여전히 "누군가의 상표"로 기능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미 보통명칭이 되어버렸다면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몇 가지 방향으로 자료를 모았습니다.
우선 검색 데이터를 확인했는데, 이커머스 분석 솔루션 기준으로 "그립톡"의 월간 검색량이 이미 10만 건을 훌쩍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특정 브랜드명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이 단어로 검색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죠.
포털에 "그립톡"을 검색하면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수십만 개의 판매업체가 저마다 "그립톡"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올려두고 있었고, 언론 기사에서도 "그립톡"은 그냥 스마트폰 액세서리 품목명처럼 다뤄지고 있었습니다.
공공기관 홍보물 제작 공문에도 "그립톡 제작 구입"이라는 표현이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었고요.

또 하나 눈여겨본 건 의뢰인처럼 경고장을 받은 사람이 결코 한 둘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상표권자 혹은 짧은 기간에 여러 판매업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경고장과 합의금 청구서를 발송하고 있었고, 요구하는 합의금 액수는 사안마다 제각각이었지만 대체로 소액에서 큰 금액까지 폭넒게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한 회사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수십, 수백 곳을 상대로 동시에 권리를 행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그 동안 이 명칭이 시장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었는지를 방증하는 정황이라고 봤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종합해서 저희는 이 상표가 처음에는 특정 업체가 창작한 조어였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거래계에서 보통명칭처럼 사용되어 식별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상표권 행사 자체가 제한될 여지가 있으니, 무조건 합의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이 부분을 다투어볼 필요가 있다고 자문해드렸습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거래계 사용 실태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 개별 사건에서 실제로 어떻게 판단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설명드렸습니다.
 

2. 상표의 "보통명칭화"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보통명칭화는 상표법에 실제로 규정되어 있는 개념입니다.
상품의 보통명칭이란 그 지정상품을 취급하는 거래계에서 업자와 일반 수요자 사이에 그 상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실제로 사용되고 인식되는 일반적 명칭을 말하고, 특정인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이라고 인식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더욱이 원래는 식별력 있는 상표였다가 나중에 보통명칭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법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상표법 제117조 제1항 제6호는 상표등록이 된 후에 그 등록상표가 제33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게 된 경우, 즉 후발적으로 식별력을 상실한 경우에도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등록될 때는 문제없던 상표라도, 관리를 소홀히 해서 동업자들이 자유롭고 관용적으로 쓰게 되면 나중에 보통명칭이 되었다고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판례도 같습니다.
대법원은 보통명칭에 대해 "그 지정상품을 취급하는 거래계에서 당해업자와 일반 수요자 사이에 그 상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실제로 사용되고 인식되어 있는 일반적인 명칭"이라고 정의하고 (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2후388 판결), 관용표장에대해서는 "처음에는 특정인의 상표이던 것이 주지·저명의 상표로 되었다가 상표권자가 관리를 허술히 함으로써 동업자들 사이에 자유롭고 관용적으로 사용하게 된 상표"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후243 판결)
브랜드가 너무 유명해져서 오히려 고유명사가 보통명사로 변해버리는, 일종의 역설적인 현상이죠.

다만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아무 때나 쉽게 내리지는 않습니다.
"상표권자의 이익 및 상표에 화체되어 있는 영업상의 신용에 의한 일반 수요자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를 인정해야 할 만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가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는게 법원의 기본 입장입니다. (대법원 2005. 10. 14. 선고 2005도5358 판결)

즉,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보통명칭이다"라고 쉽게 단정할 수 있는게 아니라, 실제 거래계 사용 실태와 상표권자의 관리 노력을 촘촘히 따져본 뒤에야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개념이라는 뜻입니다.

3. 실제로 벌어진 일 - 2024년 11월 무효심판 결과
그립톡 상표권자 측으로부터 경고장과 손해배상금 요청을 받은 일부가 특허심판원에 상표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저희 의뢰인이 직접 심판을 청구한 건 아니었지만,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 다른 판매업자들이 결국 이 문제를 심판원까지 끌고 간 셈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2024년 11월 29일에 나왔는데, 결론적으로 지정상품 중 '모바일 전화기용 스탠드, 스마트폰용 거치대, 스마트폰용 받침대, 스마트폰용 홀더, 이동전화기용 홀더' 항목에 대한 상표 등록을 무효하는 심결이 내려졌습니다.

심판원은 판단 시점을 두 단계로 나눠서 살폈습니다.
하나는 상표가 등록결정을 받던 시점(2019년), 다른 하나는 실제 심결이 내려진 시점입니다.
등록결정 당시에는 언론에서도 "스마트폰 거치대(일명 '그립톡')" 처럼 다른 표현과 병기해서 쓴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그 시점까지는 아직 식별력이 남아 있었다고 봤습니다.

반면 심결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는 게 심판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우선 등록결정일 이후 장기간 다수의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그립톡"이 스마트폰 거치대·홀더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쓰여왔고, 한 시점에는 네이버쇼핑에서만 80만 개 이상의 업체가 이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다나와, 지그재그, 오늘의집 같은 쇼핑몰에서는 아예 카테고리명으로 "그립톡"을 쓰고 있었고요.
국가·공공기관에서도 상표권자와 무관한 홍보물에 "그립톡"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한 문서가 2천여 건에 달했습니다.
한 매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5%가 이 제품을 "그립톡"이라고 부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부분은, 상표권자 스스로도 이 명칭을 상표라기보다 상품명처럼 써운 정황이 인정됐다는 점입니다.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한 제품에는 "그립톡"을 독립적으로 쓰기보다 캐릭터명 뒤에 붙여 쓰는 방식이었고, 외부 업체와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서에는 아예 "그립톡"이 허가제품의 품목명으로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상표권자가 본격적으로 경고장을 보내며 권리행사에 나선 시점은 상표등록 이후 4년 넘게 지난 뒤였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심판원은 상표권자가 그 오랜 기간 별다른 관리 없이 시장에 방치해두다가, 뒤늦게 대규모로 경고장을 발송한 정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셈입니다.

이 모든 사정을 종합해서 심판원은 심결 시점을 기준으로는 "그립톡"이 이미 거래계에서 상품 자체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굳어졌고, 특정 업체의 상표로 인식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4. 심결 이후, 그러나 아직 끝난게 아니다
이 심결이 알려지고 나서인지, 요즘 시장 분위기를 보면 "그립톡"이라는 이름을 예전보다 훨씬 부담없이 쓰는 곳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상품명이나 카테고리명으로 아무렇지 않게 "그립톡"을 쓰는 판매업체가 눈에 띄게 많아졌고, 무효 심결 소식을 접한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그립톡은 자유롭게 써도 되는 이름"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심결은 아직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상표권자 쪽이 이 심결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최종 결론은 법원에서 다시 다퉈지고 있습니다.
특허심판원 단계에서 보통명칭화가 인정됐다고 해서 상표 자체가 곧바로 소멸하는 게 아니라, 법원이 심결을 뒤집으면 등록 상표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만약 특허법원에서 심판원과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지금 "그립톡"을 자유롭게 쓰고 있는 사업자들이 다시 침해 문제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심결 결과만 믿고 "이제 마음껏 써도 된다"고 단정하는 건 시기상조이고,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계속 지켜보면서 대응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5. 경고장을 받았다면 확인해야 할 것들
그립톡 사건이 모든 상표 분쟁에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업자라면 참고할 만한 체크 포인트가 있습니다.
먼저 해당 명칭이 실제로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언론 보도, 오픈마켓·쇼핑몰의 카테고리 표기, 공공기관 문서, 소비자 설문, 검색 키워드 데이터 등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지가 핵심 자료가 됩니다.
다음으로 상표권자 자신이 그 명칭을 상표가 아니라 상품명처럼 사용해온 정황이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계약서나 홍보자료, 정부지원사업 신청 서류 등에서 상표 표시 없이 상품명으로만 쓰인 사례가 있다면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경고장이 왔을 때 등록일과 권리행사 시점 사이의 간격도 짚어봐야 합니다.
등록 이후 오랫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하다가 뒤늦게 대규모로 경고장을 보내는 경우라면, 그 자체가 관리 소홀의 정황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련 상표가 이미 무효심판이나 소송으로 다투어지고 있다면 그 사건이 지금 단계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립톡처럼 특허심판원 무효 심결이 나왔더라도 상표권자가 불복해 특허법원에서 다시 다투고 있다면, 아직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6. 잘 된 브랜드의 역설
이번 사건은 브랜드 담당자 입장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상표가 널리 알려지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그 이름이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져 버리면 오히려 상표권을 잃을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표권자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유명해질수록 오히려 "이건 우리 상표입니다"라는 표시를 꾸준히 관리하고, 동업자들이 명칭을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지 못하도록 초기부터 꾸준히 대응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상표권자가 등록 이후 4년 넘게 관리를 미루다 뒤늦게 한꺼번에 경고장을 보낸 점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걸 감안하면, 브랜드 관리는 유명해진 다음이 아니라 유명해지는 과정에서부터 병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반대로 이런 경고장을 받는 입장, 즉 동종업계에서 비슷한 명칭을 써온 사업자라면 상표권자가 보낸 경고장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합의금부터 지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사레처럼 등록상표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보통명칭화 되어 권리 행사가 제한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 판단은 거래계 사용 실태를 꼼꼼히 따져봐야 나오는 것이라 사업자 스스로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경고장을 받았을 때는 상표권자 쪽 주장만 듣고 지레 겁먹거나 요구대로 따르기 보단, 먼저 변리사 등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실제로 침해가 맞는지, 다툴 여지는 없는지부터 확인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다만 그립톡 상표를 둘러싼 다툼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만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경고장 한 장에 지레 겁먹고 합의금부터 검토하기보다는, 그 명칭이 지금 시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관련 소송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부터 함께 살펴보는 게 순서일 수 있습니다.

보통명칭화와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언제든 당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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