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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첩을 정리하다 발견한 수십 장의 투자사 명함이 숱한 IR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 증권사를 넘나들며 겪었던 성공과 시행착오들.
심사역들과 통화하고 메일을 주고 받고, IR을 마치고나서 같이 담배를 피우고,
소주잔을 주고 받으며 주고 받은 느낌과 대화들을 앞으로 쓸 몇 편의 졸고에 담습니다.
재무 전문가 없이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경영과 투자유치의 여정에 작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 김재훈 이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밌는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합니다.
코미디와 농담 같은 유머도 재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이지만, 청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퀴즈쇼 같은 분위기도 관심을 이끌어 내는 좋은 설득의 방법이죠.
특히 프레젠테이션의 초반, 청중의 주의력이 가장 산만해질 수 있는 순간에 가벼운 퀴즈는 매우 효과적인 '아이스 브레이킹'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시간 여유가 10분 이상 주어지고 참석자가 많은 발표자리에서는 가끔 경품을 걸고 퀴즈를 내곤 했습니다.
퀴즈의 내용은 사업의 내용과 연관이 조금은 있는게 좋겠죠.
하지만 절대 지루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어려운 지식이나 정보에 관한 것보다는 길거리에 있는 상점 사진을 보여주고 '이곳이 어느 곳인지 아시는 분?' 같은 아주 가벼운 문제를 냈습니다.
핵심은 '정답을 맞히는 것' 자체보다는, '함께 참여하여 생각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여러 투자회사 심사역들과 몇 개의 투자유치 희망사가 같이 참여하는 한 투자설명회에서 저는 화장품 매장이 밀집된 어떤 서울지역 거리의 사진을 대형화면에 올려놓고, 청중들에게 경품 퀴즈를 냈습니다.
'이곳이 어딘지 알아맞히는 분께 작은 화장품 세트를 드리겠다'고 하자 잠시 후 사진을 바라보던 분들 중에 몇 분이 손을 들더군요.
청중이 많아 뒤에 서 계시던 분들 중에 한 여성분이 정답을 맞히시더군요.
정답은 서울 신촌의 이대 앞 거리였습니다.
문제는 몇 개 더 출제되었는데 '강남역', '코엑스', '인사동' 등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면서도 투자 심사역들이 한두 번은 지나쳤을 만한 곳들이 정답이었습니다.
그날 제가 발표한 내용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솔루션이었습니다.
당시 2015년즈음은 관광객들이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의 형태로 급격히 바뀌어 가는 시기였고, 세금환급 솔루션의 전산화로 면세점이 아닌 곳(일명 로드샵)에서도 관광객들이 면세로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로드샵들이 어떻게 하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가에 관한 솔루션이 주제였던 저는 당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기 시작한 이대 앞 거리를 문제로 내었고, 퀴즈를 마치면서 '여러분께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이 거리에서, 저희 솔루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합니다.'와 같은 멘트와 함께 이이기는 자연스럽게 발표의 본론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처럼 퀴즈는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청중이 스스로 주제의 배경 지식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서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발표 내용과 연관있는 가벼운 퀴즈를 통해 주의를 끌고 자연스럽게 발표내용의 본론에 집중하게 하는 방식과 함께 또 하나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발표장에서 직접 실험을 하거나 동작을 하는 등 시청각적 자극을 주는 방식입니다.
내용에 따라서 그런 방식을 취하기 어렵다면(유독가스처리 기술 실험 같은 것을 발표장에서 할 수는 없겠지요), 최대한 동영상이나 그래픽을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쇼에서 절대 하품하는 청중을 만들지 마세요.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